2009년 07월 10일
[홍사중 문화마당] 관자의 9가지 망국병 (2000.11.6 월)
며칠 전 어느 독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았다. 『저는 지금 64세의 평범한 서민입니다. 대학도 나왔고 젊은 나이에는 중동지역에서 20여년 간 건설회사 임원의 한 사람으로 단돈 1달러라도 더 벌어 국내에 가져오려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름대로 나라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요즈음은 현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이해가 안 되며, 1997년 2월 당시와 유사한 느낌이 들어 걱정으로 잠을 설칠 때가 많습니다. 우리 연배들은 이제 살 만큼 살았지만 다음 세대들이 걱정이 됩니다…. 지난날 IMF가 왔을 때 본인가족 및 가까운 친척들은 40여년 간 아끼고 모아온 금 등을 나라 살린다는 일념으로 내놓았으며 보람과 자부심마저 가졌습니다. 그때 거의 99%의 국민이 다 같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 다시 IMF와 같은 사태가 온다면 내놓을 금도 없지만 본인 가족은 다시는 내놓지 않고 오히려 꼭꼭 감출 것입니다. 후회하는 서민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국민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만과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정부는 국민의 도움을 두 번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못은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 김대중 대통령은 못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것이 요새 거리에서 쉽게 들리는 목소리다. 그것은 물론 「모든 국민」의 목소리는 아닐 것이다. 나라가 어지럽기 때문에, 또는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더욱 잘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나라라는 배가 침몰할 때 배와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나에게 편지를 보내준 독자처럼 선량한 서민들이다. 그들이 침몰해가는 배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이민가고싶은 충동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느끼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춘추시대의 관자에 의하면 나라가 망하는 원인에는 9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국방을 게을리 할 때요, 두 번째가 무차별 평화주의가 이길 때이다. 세 번째는 쾌락주의가 세상에 만연할 때이다. 네 번째는 정치가 겉으로만 번드레한 억지이론에 휘말릴 때이며, 다섯 번째는 금권주의에 물들어 돈많은 사람이 판을 칠 때이다. 여섯 번째는 사람들이 이념이 아니라 이해에 따라 도당을 꾸미고 파벌끼리 세력다툼을 일삼게 될 때이고, 일곱 번째는 위 아래 할 것 없이 모두가 사치풍조에 젖을 때이다. 여덟 번째는 정실인사에 흐르고 감투를 끼리끼리 돌려가며 차지할 때이다. 이런 때에는 권력이 법 위에 눌러앉고 능력이 없는 자들이 득세하며 뇌물이 사회를 속속들이 부패시킨다. 아홉 번째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아첨을 일삼고 진실로부터 위정자의 눈을 가릴 때이다. 이런 때에는 잔 꾀, 잔 재주를 부리는 졸개들이 나라살림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 중의 적어도 7가지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비자가 말한 다음과 같은 망국의 세 가지 조건까지 생각하면 우리의 사정은 심각하다. 한 가지는 옳고 그르고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 둘째는 바르지 못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위에 올라앉을 때, 세 번째는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사람들이 어긋나는 도리를 사람들에게 강제하는 것이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사이의 고리가 불신과 증오로 채워질 때 국운은 기울어진다.』 이런 토인비의 말도 덧붙여야겠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나라는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독자의 편지는 끝맺고 있었다. 그 독자처럼 그래도 침수하는 배의 물을 퍼내야겠다는 이름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문학평론가)
# by | 2009/07/10 11:36 | 국방, 영토 | 트랙백 | 덧글(0)





